삼각형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고 왜 이런 모양일지 궁금하셨을 텐데, 인근에 있는 문화재인 몽촌토성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효용성이 떨어진 낡은 규제를 되짚어보는 연중 기획 시간 오늘(15일)은 문화제 관련 규제입니다.
문화재를 소중히 보전해야 하는 건 맞지만 천편일률적인 규제로 문화재 주변 지역은 낙후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만들어진 문화재 인근 높이 제한법이 40년 넘도록 그대로인 건데요.
문화재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윤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 꼭대기가 마치 미끄럼틀처럼 경사졌습니다.
실제론 27도 경사지만 시각적으로는 더 가팔라 보여 불안정한 느낌마저 듭니다.
[아파트 주민 : 토성 땜에 거기를 가리면 안 된다 그래가지고 이렇게 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다른 데 같이 그렇게 지어야지, 지금 시대에 그러면 되나 안 되지.]
주민들 사이에서 이 아파트는 삼각형 아파트로 불리는데요, 이렇게 지어진 이유는 문화재 규제 때문입니다.
인근에 백제시대 유적인 풍납토성이 위치해 주변 건물들에 높이 규제가 적용된 겁니다.
이른바 앙각 규제인데, 문화재에서 바라보는 주변 시야가 트이도록 문화재 경계면 500m 이내에는 27도 이내 높이로만 건축물을 지을 수 있고 건물 밀집도가 높은 서울의 경우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통해 100미터까지 이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 측은 문화재 보존과 주변 경관, 조망을 고려한 규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는 물론 주변 지역의 특성과 상관없이 획일적인 규제 잣대가 적용되는 게 문제로 지적됩니다.
[배관표 /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 문화유산의 특성에 맞춰서 규제를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정면에서 봤을 때 중요한 시설이 있는가 하면 측면에서 봤을 때 또는 안에서 들여다봤을 때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문화재를) 잘 향유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된다…]
문화재 인근 지역이 낙후되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풍납토성이 있는 풍납동의 인구는 최근 7년 사이 4분의 1이 줄었습니다.
1997년 정비사업 도중 유물이 발견된 뒤 30년 가까이 개발에 발이 묶이면서 주민 이탈과 지역 상권 악화가 심화된 겁니다.
[김지엽 /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을 기준으로 왼쪽은 정비 사업들이 쭉 진행돼 오고 있는데, 공원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완전히 낙후돼 있어요. 공원을 고려해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충분히 할 수 있는 높이가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지구단위 계획 등 활용해서 도시설계 가이드라인을 잘 수립해야 된다.]
서울시는 높이 규제로 주어진 용적률을 다 못 쓸 경우 다른 건축에서 더 쓸 수 있도록 하는 '용적이양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 우려 등으로 정부와의 조율을 마치기 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거란 지적입니다.